본문 바로가기
information

시작:공공주택 우리가 몰랐던 공공주택 이야기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어떻게 변화해왔을까요?

2022.08.17
대한민국 아파트 변천사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는 단연 '집'이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연일 주택 정책과 집값 전망이 흘러나오고, 일상 속 대화에서도 집과 관련된 얘기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온 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집'은 어떤 집을 말하는 것일까?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빌라 등 다양한 유형의 집이 있지만, 십중팔구는 한국인의 대표적 주거 형태인 '아파트'를 떠올린다. 실제로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 비율은 51.9%,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다.

이처럼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가 언제 어떻게 한국 주거사에 등장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사회 '집'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된 것인지 그 역사를 되짚어 보자.

 

1. 마포아파트

 


Ⓒ 대한민국정부기록사진집

 

Ⓒ ‘주택‘16호, 1966년 5월
 

마포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당시 대한주택공사)가 계획한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다. 6층 높이의 건물 9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담장을 설치하여 단지를 형성했고 수영장과 정원 등의 공용공간도 조성되었다. 난방은 연탄보일러 기술을 최초로 도입하였고, 공간적으로는 입식 부엌과 수세식 화장실을 갖추고 있어 단층집이 일반적이던 당시로서는 새로운 유형의 주거 형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준공 초기에는 ‘높은 곳에서 어떻게 자느냐?’, ‘양변기를 어떻게 같이 쓸 수 있느냐?’ 등, 생소한 주거환경에 거부감을 느낀 이들이 많았던 탓에, 입주율이 채 절반에 못 미치기도 했다. 이후 마포아파트는 연탄가스의 두려움이 해소되고 영화 촬영 무대로 사용되며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2. 삼일 시민아파트

 


Ⓒ장박원, 이유진.“[아파트 이야기] 삼일아파트” 매일경제

 

삼일 시민아파트는 1960년대 말 무허가 판자촌의 주거환경을 단기간 개선하기 위한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이었던 ‘시민아파트’ 사업으로 지어졌다. 고급주택이었던 마포아파트와는 달리 공급면적 11평, 전용면적 8평, 방 2개, 화장실 1개 구조였다. 이 아파트에서 주목할 점은 골조와 전기 배관, 상수도 공사 등의 기본적인 인프라만 갖춘 상태로 공급되었다는 것이다. 도배, 칸막이, 온돌 설치 등 내부공사는 입주자의 몫이었고, 그 때문에 바로 옆집이라도 각자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내부 공간 환경은 제각각이었다는 특징이 있다.

 
 

3. 외인 아파트, 힐탑아파트

 


Ⓒ국가기록원

 

힐탑아파트는 1967년, 대사관 직원이나 주재원 등 정부와 기업이 초청한 외국인들을 위해 지어진 아파트다. 지하 1층, 지상 11층 규모의 필로티 구조 건물로, 단열을 고려해 콘크리트로 지어졌으며 국내에서는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단위 세대의 면적은 19~33평, 방은 1~3개까지 다양한 형태의 선택지가 있었다. 온돌 대신 스팀 난방 방식을 채택했으며, 세대마다 발코니가 있었고, 건물 옥상에는 정원이 조성되었다. 배치상의 특징으로는 꺾어진 구조로 남향 빛을 받고 북쪽에 있는 판자촌을 가렸다.

 
 

4. 와우 시민아파트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 소장 사진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 소장 사진
 

 

1969년 지어진 와우시민아파트는 19개 동, 지상 5층 규모의 아파트다. 공사 기간은 6개월로 상당히 짧았는데, 입주 당일부터 누수가 발생하고, 기둥과 벽에 금이 갔으며 건물이 흔들리는 등 짧은 공기로 인한 안전 문제의 조짐이 보였다. 결국, 완공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19개 동 중 1동이 붕괴하는 참사가 발생했고, 당시 사업을 추진했던 김현옥 서울시장은 이를 책임지고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5. 중산층을 위한 공공주택, 이촌 한강맨션

 

 
Ⓒ한국정책방송원 e영상역사관

 

백사장을 메운 택지에 지어진 이촌 한강맨션은 27~55평형의 완전 입식 평면으로 구성된 고급주택이다.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 정원, 주차장, 쇼핑센터가 들어섰으며, 외곽에는 담장을 설치하고, 초소와 경비원도 배치했다. 32평형 이상에는 부엌 근처에 식모 방을 조성했는데, 이는 서울로 상경한 여성이 부유한 가정의 식모로 일하던 당시의 사회 현상이 공간에 반영된 것이다. 이전까지 저소득층을 위한 시민아파트로만 지어졌던 것과 달리 이촌 한강맨션은 고관, 회사 간부, 기업인, 연예인 등 부유층이 주로 거주하며 아파트에 대한 인식을 바꾼 파격적인 구상으로 여겨진다. 한편, 한강맨션은 부족한 건설비를 충당하기 위해 모델하우스를 짓고 주택 선분양을 도입했는데, 이러한 분양방식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6. 여의도 시범아파트

 

 
Ⓒ서울역사아카이브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여의도 종합 개발계획안에 의해 아름다운 신시가지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지어졌다. 기둥식 구조로 되어 있으며 복도형 통로, 엘리베이터, 냉/온수 급수와 스팀 난방, 중앙난방, 마당식 거실 등 한국 고층아파트 단지를 특징으로 꼽히는 여러 요소가 적용되었고, 단지 내 상가에는 에스컬레이터도 설치되어있었다. 엘리베이터뿐 아니라 중앙난방, 전기, 전화선 등의 도시기반시설이 지하에 일괄적으로 설치된 최초의 사례이다.

 
 

7. 반포주공아파트

 


Ⓒ서울역사아카이브

 

반포주공아파트는 대한주택공사가 건설한 최초의 대단지 아파트이다. 22~42평, 3,785가구 규모로 지어졌고, 일부 평형의 주택 내부에는 복층 구조가 처음 적용되었다. 32평형을 상하로 트고 한 가구가 2층짜리 단독주택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32평형 주택의 경우 아래층에 침실과 식당, 거실을 뒀고 손님을 위한 화장실도 마련했다. 부엌 옆에는 가정부 방, 위층에는 서재와 가족실, 아동 전용 욕실이 있었다. 복층이 있는 동은 1, 3, 5층만 현관을 설치하였고, 복층의 2, 4, 6층은 실내에 설치한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었다. 단지 앞에는 상가 점포가 들어섰고, 유치원과 동사무소, 전화국, 은행, 학교도 10분 거리에 있어 단지를 벗어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설이 갖추었으며, 중산층의 상징이었던 야외 테니스장과 수영장도 설치되었다.

 
 

8.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전봉희, 강예린. 우리가 그려운 미래: 한국현대건축100년, 도서출판 집 (2022)


Ⓒ전봉희, 강예린. 우리가 그려운 미래: 한국현대건축100년, 도서출판 집 (2022)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는 1988 서울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과 기자들을 위한 주거로, 올림픽 이후에는 서울 시민이 거주했다. 한국 아파트사에서 훌륭한 단지로 꼽히는 이곳은 크게 두 개의 단지로 구분되며 단지 중심에 공공시설과 상징적 공간이 자리하고, 넓게 펼쳐지는 완만한 언덕을 따라 집이 모여있어 아늑한 한국의 마을이 실현됐다. 낮게 시작한 층수는 단계적으로 높아지면서 한국의 지형처럼 자연을 향해 부드럽게 솟아오르고, 닫힌 중정과 부채꼴 형태의 주동 배치, 자연스레 높아지는 아파트의 높이로 인해서 단지 내의 위치에 따라 경험하는 경관이 다채롭게 변한다. 세대는 복층으로 구성되었으며 발코니도 계획되었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난 2015년,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대한건축학회와 공동으로, 광복 이후 우리나라의 주택과 도시 변천사를 정리한 전시 ‘9평의 희망에서 우리의 도시로’를 개최한 바 있다. 최소한의 안전도 담보하지 못했던 전후 주거환경의 개선책으로 등장하여 경제 성장과 맞물리며 악화된 주택난의 대안이 되기까지, 우리나라의 주택 발전과 보급을 이끌어온 주체로서 한국 주거사의 주요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 전시였다.

투자 수단, 임대 아파트와 차별 등 우리 사회의 아파트는 여전히 풀어야 할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고무적인 사실은 양적 확산에서 질적 향상으로 아파트에 대한 인식과 지향 가치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변곡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이 시대에 맞는 공동주택의 의미를 고민하고 더 많은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공은, 그리고 건축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볼 때다.

 
 

참고문헌

C3korea, "9평의 희망에서 우리의 도시로"
손세관. (2019). 『집의 시대:시대를 빛낸 집합주택』. 도서출판 집
고성민. "[한국아파트 60년]7층에서 2층으로 ‘싹둑‘ 잘린 삼일시민아파트 사연은" 조선일보, 2021년 4월 28일.
고성민. "[한국아파트 60년]5. 32평형 부엌에는 식모 방도 딸려…고급 아파트 원조격인 '이촌 한강맨션'" 조선일보, 2021년 7월 5일.
고성민. "[한국아파트 60년]6. 판상형, 중층, 복도식… 아파트의 ‘기준‘세운 여의도 시범아파트" 조선일보
박철수. "연탄불 갈 일 전혀 없는 곳… 중산층, 맨션의 삶을 욕망하다" 경향일보, 2016년 7월 5일
박철수. "대한민국, 배타적 이익결사체 ‘아파트단지‘공화국 되다" 경향일보, 2016년 8월 1일
장박원, 이유진. "[아파트 이야기] 삼일아파트" 매일경제
 
 

 

홍익환 | 건축저널 『C3KOREA』 학생기자

로그인

ㆍ 비밀번호를 잊으셨나요? 비밀번호 찾기

ㆍ 아직 KHOUSING 회원이 아니신가요? 회원가입

비회원 조사 참여

로그인 없이 참여하시겠어요?

비회원참여

회원정보 찾기

회원가입 시 등록하신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여 주세요.
이메일로 아이디와 비밀번호 정보를 보내드립니다.

뉴스레터 구독